어렸을 때 부터 고모나 이모들은 나를 보면 자주 울었다.
특히 할머니가 최고봉이었다.
나는 괜찮고 잘 살고 있는데 할머니는 그렇게도 나를 위해 간절하게 기도를 하셨다.
서울로 떠나버린 뒤 전화도 잘 없고 코빼기도 안비추는 못난 손주를 위해 매번 김치를 담그고, 기도를 하셨다.
나 역시도 할머니를 너무나 사랑하고 존경했다. 나와 내 동생에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항상 최고였다.
이제는 오래된 기억이지만 아직 생생히 기억한다.
저 남쪽 완도섬에서 할아버지는 당신의 배에 우리들을 태우고 멋지게 바다를 가르고 나가 물고기를 잡아주셨고, 할머니는 5만원이라는 큰돈을 고작 10살 남짓 안되던 쥐어주셨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매번 가르쳐주신것은 돈과 직업이 아니라 정직함과 행복이었다.
그렇게 우러러보던, 그 크던 분들이 나란히 영양실조에 걸리고, 일주일이 넘게 용변도 못보시고, 이제 한 분은 이미 너무 많이 전이되어버린 암이 몸 속에 있다고 한다. 항암치료를 하는것이 의미가 없어 진통제로 고통만 덜어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단다.
인생의 순리야 흘러가는 것이고 지난날의 후회보다는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하는것이 최선임을 잘 알고있지만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과 눈물을 겉잡을 수가 없다.
댓가없이 주셨던 무한한 사랑과 철없이 받기만했던 어린 마음이 뒤엉켜 나를 짓누른다.
작고 약해져버린 그분들을 보며 더 서글픈 이유는 그게 내 모습임을 알기 때문일까?
죽음이나 별과 같은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평소에 전전긍긍하는 모든것들은 참 별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사람이 태어나 두발로 걷고 뛰다가 느려지고 작아지는건 당연하다. 이 우주에서 우리는 티끌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누구를 잊지 않고 추억해주고, 그를 생각하며 기꺼이 눈물을 흘린다면 이 작은 티끌들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 엄마와 통화를 했다. 할머니는 아직도 매일 나를 위해 기도하신다고 한다. 당신께서 죽어가는데 왜 나를 위해 기도하실까.
할머니에게 남은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이제 내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기도하려 한다.
그들의 얼굴을 보고,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과 시간들을 반추하고, 울고 웃으며 그렇게 함께 이 여정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
내 인생은 나 혼자라고 생각했던 오만한 내 자신이 부끄럽다.
나는 절때 여기까지 나 혼자 오지 않았다.
나를 위해 기도해 준 이들이 있었다.
두서없이 써내려간 이 글은 너무 아파서 다시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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